절망 끝에서 이야기하는 희망의 메시지
태풍이 몰아치던 밤, 외딴섬 절벽 끝에서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 소녀가 사라집니다. 오랜 공백 이후 복직을 앞둔 형사 현수는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이었던 소녀의 실종을 자살로 종결짓기 위해 그곳으로 향합니다. 소녀의 보호를 담당하던 전직 형사, 연락이 두절된 가족, 그리고 소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마을 주민 순천댁을 만나 그녀의 행적을 추적해 나가던 '현수'는 소녀가 홀로 감내했을 고통에 가슴 아파합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는 소녀에게 점점 더 몰두하게 된 현수는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 앞에 한걸음 다가서게 됩니다.
배우 김혜수와 이정은의 만남
여고생들만의 고민과 성장을 차분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단편 여고생이다로 제10회 서울 국제 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입증한 신예 박지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내가 죽던 날은 촬영 전부터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김선영, 이상엽, 문정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하며 일찌감치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로부터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전한 박지완 감독은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그 흔적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건넨 섬마을 주민까지 각자 삶의 벼랑 끝에 선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를 세밀하고 깊이 있게 담아냈습니다. ˝여성들의 정서적인 연대감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연계가 되어있는 느낌˝(김혜수), ˝영화 속 인물들이 관계를 맺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그 안에서 다른 이의 외로움을 보살피는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정은), ˝내 인생작. 많은 위로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노정의) 등 배우들이 입을 모아 만족감을 드러낸 내가 죽던 날은 깊은 연대감과 함께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주는 작품으로 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
영화 초반 이 영화는 미스터리 영화인가? 하는 생각으로 보다가 영화 말미에는 삶을 살아가는데 나에게 잔잔한 위로를 주는 영화였습니다. 왜 그렇게 그 사건을 파헤치냐는 친구의 말에 나 같아서... 그 아이가 나 같아서... 죽으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그랬다고... 하는 주인공의 대사에서 작은 위로라도 공감이라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삶을 휘감은 커다란 고통 때문에 절망의 끝자락에 선 이들이 있습니다. 외도한 남편과 이혼 소송 과정에서 억울한 추문에 휩쓸리고, 업무 중 사고로 징계 대상이 된 경찰 현수, 아버지가 벌인 범죄의 증인으로 섬에 고립된 세진은 삶의 벼랑 끝에 발 디딘 인물입니다. 태풍이 불던 날 절벽에서 실종된 세진의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며 여기에 얽힌 인물들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살핍니다. 소박한 한 줌의 위로가 세상을 살릴 수 있다는 긍정과 공감의 이야기였습니다. 인생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길어라는 순천댁(이정은)의 대사에서 애절함과 세진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하였습니다. 네가 구해줘... 네가 너를 구해줘야지 아무도 안 구해줘...라는... 대사는 나에게도 와닿는 대사였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너무 좋고 내용도 정말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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